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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술을 기다리며

등록일: 2014.09.26
조회수: 10513
카테고리: 마취통증의학과

수술을 기다리며.

광명성애병원 마취통증의학과장 정혜인

외래 진료를 받고 상담끝에 수술 일정을 잡으면 걱정이 앞서시지요. 입원도, 수술도 걱정이지만, 생전 받아보지 못한 마취라는 것도 걱정이 아니 될 수 없습니다. 오늘은 이 글을 통해 수술과 마취의 과정을 조금이나마 미리 엿보게 해 드릴까 합니다. 그리고, 어찌하면 수술을 최상의 상태로 받으실 수 있는지 팁도 좀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술 일정을 잡고 나면 각종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되지요. 쓰여있는 내용을 보면 무서운 말들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위험하다면 수술을 받지 말아야 할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초로 돌아간다면, 수술과 마취는 실제로 위험한 것일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기본적인 의학 지식도 현재에 비할 바가 아니었고,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장비도 개발되기 전이니까요.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의학 지식의 비약적인 증가와 장비의 발달로 인하여수술을 받는 데 가장 적합한 상태를 이루기 위하여 통증이 없고, 움직이지 않으면서 경우에 따라 의식이 없도록 하며, 수술 중에 일어나는 환자의 상태와 활력징후의 변화를 면밀히 감시하며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안전한 마취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따라서 수술 주변기에 환자와 집도의 모두에게 최상의 상태와 조건을제공하는 마취 과정은 매우 안전하며 필수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수술 과정을 간략하게 말씀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술 전날 자정부터는 금식을 하십니다. 수술 당일에는 평소 드시던 약 중 계속 복용하도록결정된 약을 물 1~2 모금과 함께 드시면 됩니다. 간호사와 의사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본인 확인과 수술부위 확인을 받게 되고(귀찮은 과정일 수도 있지만 환자가 바뀌는 것을 예방하고 정확한 부위의 수술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필요한 경우 수술 전 투약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침대나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송됩니다. 수술실에서 다시 수 차례에 걸쳐 정확한 수술명과 수술 부위, 그 수술을 받을 그 환자분본인임을 확인한 후 마취를 시행받게 됩니다. 전신마취의 경우 산소마스크를 통해 깊게 심호흡을 하고 있으면 정맥주사로 마취약제가 들어가면서 의식을 잃으실 것이고, 그 후로 환자분은 주무시는 사이 기도삽관이 이루어지고 인공호흡기로 숨을 쉬시면서 수술이 진행되게 됩니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환자분의 활력징후 유지, 수액관리, 의식과 통증 조절은 마취과 의사에 의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수술이 종료되면 환자분의 의식을 깨우고, 근이완 상태를 반전시켜서 기관내관의 발관을 하게 되고, 회복실에서 약 30분 정도 머물면서 안전하게 회복된 상태임을 확인한 후 병동으로 올라가시게 됩니다. 부위 마취의 경우 겨드랑이나 목, 또는 허리에 마취 약제 주사를 맞고 수술 받으실 부위에 통증이 없는 상태가 되도록 합니다.

수술 전에 시행되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전날 자정부터 시행되는 금식입니다. 전신마취의 경우 성인은 8시간, 소아는 연령과 먹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조금 짧게 금식을 유지하게 됩니다. 금식을 유지하는 이유는 구토 및 그에 따른 위험성 때문입니다. 구토를 하게 되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위내용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흡인성 폐렴이 생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전 8시간 동안 음식은 물론 물도 드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간혹 맹장염으로 배가 아픈데, 병원 가기 전에 몸을 보양하고 간다고 음식을 잔뜩 드시고 응급실로 내원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 수술이 늦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응급으로 수술을 할 위험성이 있다면, 집에서 응급실로 오시면서는 물을 포함해서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 드시던 약이 있다면, 수술을 계획할 당시부터 말씀하시는 것이 좋고, 그 모든 약을 처방전과 함께 병원 입원시 가지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고혈압,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이 있으셨던 분들 중에는 평소 드시는 약에 혈액응고 억제제가 포함된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 중에는 환부를 절개하고 봉합하는 과정에서 출혈이 있을 수 있고 마취중에도 전신마취시 기도에, 부위마취시 주사침 자입부위에 출혈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혈액응고 억제제 중에는 경우에 따라 1주일이상 복용을 중지하시는 것이 안전한 약제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임의로 중단하셔서는 안 되는 것이, 이전에 혈관내스텐트 등을 삽입한 기왕력이 있는 분들 중에는 혈액응고억제제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는 약의 중단으로 인해 스텐트 등이 다시 막힐 위험과 수술과 마취의 경중에 따른 출혈 위험을 세심하게 저울질하여 약의 중단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기 때문에, 약의 중단 또는 지속적 복용은 항상 의사와 상의하여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혈액응고억제제를 제외한 항고혈압약, 이뇨제, 갑상선약제, 피임약, 안약, 속쓰림약제, 항경련제, 천식약등은 모두 수술 직전까지 복용을 지속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물을 포함한 모든 음식을 먹지 말라고 들은 나머지, 약도 복용을 중지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마취 유도 2-3시간 전에 약을 삼킬 수 있을 정도의 소량의 물을 마시는 것은 마취에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고혈압약을 중단하고 병원 내원시 가지고 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수술 전후로 심각한 고혈압으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꼭 수술 전 지속적으로복용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항우울제 중 마오 억제제라 불리는 약제는 수술 전 7일간 복용 중단이 필요하므로, 미리 복용하고 계신 약물의 처방전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비타민과 철분제는 시술 당일 중단하시고, 비아그라 등은 수술 36시간 전부터 중단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당뇨를 가진 분들은 수술 전 혈당을 120에서 200 사이로 안정적으로 조절된 상태인 것이 안전합니다. 당뇨를 가진 분들은 혈중 산소운반이 저하되어 있고, 자율신경계 기능장애로 수술 중 저체온이 올 가능성이 높으며, 마취약제에 의한 저혈압의 위험도 높습니다. 또한, 아직 진단되지 않은 관상동맥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일반인에 비해 높습니다. 수술 전후로 금식을 충분히 해도, 위배출이 느려져서 금식이 되지 않은 환자와 비슷하게 흡인성 폐렴의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수술 전 최대한 오랜 기간동안 혈당을 안전한 범위내에서 안정되게 조절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금식 시부터 중단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2형당뇨는 모든 인슐린 제제를 금식 시부터 중단하여야 합니다. 1형당뇨는 지속기간이 짧은 인슐린의 경우는 금식시부터 중단하고, 지속기간이 긴 인슐린은 평소용량의 1/3을 수술 당일 투여할 수 있는데, 당일 3시간 간격으로 혈당을 검사하여 이에 따라 가감합니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당뇨약과 인슐린 용량을 조절하시지는 마시고, 수술 전후 투약 및 인슐린 투여 스케쥴에 대하여 반드시 미리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취과 의사로서 환자분을 만나뵙게 될 때, 담배를 피우느라 자리를 비우셨다가 돌아오셔서 마취를잘 좀 해 달라고 부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흡연을 하면 마취과 의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수술 후 폐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흡연으로 인해 높아진 환자분 몸 상태 자체를 바꿀 방법은 달리 없습니다. 수술 후 환자분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한 가지가 바로 금연입니다. 수술 전 1일간 금연한 경우는 저산소증을 야기할 수 있는 일산화탄소헤모글로빈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2-3일간 금연한 경우는 조직에서 산소이용가능성이 개선되고, 한 달간 금연한 경우는 수술 후 폐합병증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2-3개월간 금연한 경우 폐기능이 개선되고 가래 생성이 감소하고 수술 후 폐합병증이 의미 있게 감소합니다. 따라서, 수술이 예정된 환자분은 필히 최대한 오랜 기간 금연을 하시는 것이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어린이가 수술을 받을 경우, 아버지가 금연을 해도 소아의 수술 후 폐합병증 감소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평소 과하지 않게, 적절한 강도로 규칙적으로운동을 하는 상태가 수술을받기에는 최적의 상태입니다. 수술과 마취는 몸에는 일종의 스트레스인데, 이 스트레스는 평소 체력이 뒷받침되면 문제될 일이 거의 없지만,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수술도 수술이지만, 그 이전에 가장 바람직한 것은 수술을 받을 일 없는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시는 것이겠지요.

최근에 미용 산업이 발전하면서, 예쁜 손톱을 가꾸시는 분들이 많아졌지요. 여자분들 뿐 아니라 남자분들도, 고운 손톱과 발톱은 위생적으로도 깔끔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매니큐어가 아닌, 인조손톱이나, 젤네일 등은 마취중에 반드시 필요한 산소포화도 모니터링에 약간의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손톱이나 발톱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의 모니터링이 정확도나, 지속성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환자분의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하여 손톱이나 발톱에서의 모니터링을 선호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제거하기 쉬운 일반 매니큐어에 비해, 인조손톱이나 젤네일 등은 시술한 곳에서의 제거가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지요. 계획된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면, 인조손톱이나 젤네일은 제거하고 오시는 편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수술과 마취를 기다리시면서 환자분들은 걱정이 많이 되시겠지요. 걱정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지만, 환자분들이 수술을 준비하면서 여러가지를 꼼꼼히 준비한다면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환자분이 이전에 진단받은 질환들과 그로 인한 복용약에 대해 집도 의사, 마취과 의사와 미리 상담하시고, 평소 혈압,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시는 것이 그것입니다. 흡연을 하시는 분이라면 금연이 가장 효과적으로 폐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고, 평소 수술뿐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환자분들이 할 준비를 마치고 마취와 수술이 시작되면 의사들이 환자분을 위하여 최적의 의료행위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므로, 걱정은 잠시 접어두시고, 마음 편히 위와 같은 준비를 하여 오시기 바랍니다. 수술실에서 뵙게 되면 저희가 최대한 환자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