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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중 각성 (awareness during general anesthesia)
등록일
2011.07.11
조회수
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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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 중 각성 (awareness during general anesthesia)

광명성애병원 마취과장 이인구

 

마취 중 각성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소재로 한 영화 ‘리턴’(2007년)과 ‘어웨이크’(2008년)가 국내 개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마취 중 각성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8월 MBC TV의 ‘뉴스후’라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마취 중 각성을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의 제보를 소개함으로써 환자와 일반인, 심지어 의료인들이 마취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궁금증과 공포감이 이슈화됐습니다. 또한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에는 마취 중 각성이 두려워서 마취 받기가 꺼려진다는 호소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마취 중 각성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그 원인과 진단 및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정의

 

영화 리턴에서는 마취 중 각성에 대해 “전신마취 수술 시 외형적으로는 정상적인 마취상태로 보이지만 환자의 의식이 깨어나서 수술의 전 과정을 그대로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마취상태로 보인다’는 표현도 사실과는 다르고, 실제로 수술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마취를 안 받은 듯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는 영화 안에서의 과장된 표현일 뿐입니다.

 

마취 중 각성의 빈도는 보고에 따라 다양하지만 마취과학의 발달로 근래 40년간 꾸준히 감소하여 2007년 현재는 전신마취를 받은 환자 1000명 중에 약 1~2명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확률적으로 굉장히 드문 일입니다. 마취 중 각성의 정확한 의미는 전신마취 도중 환자의 의식이 깨어 있어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정의에서는 각성의 지속시간이나 정도에 대해서는 기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술시간 중 극히 일부분을, 희미하게 기억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마취 중 각성과 구별되어야 할 몇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수면마취입니다. 일반적으로 비마취과 의사에 의해 시행되는 소위 수면마취는 의학적용어로 진정/진통 또는 의식진정이라고 하며, 환자가 적절한 심폐기능을 유지하며 구두명령이나 촉각 자극에 반응하면서 불유쾌한 시술을 참아낼 수 있는 상태로서 마취 중 각성과는 엄격히 다릅니다. 또한 ketamine이나 propofol 같은 정맥마취제 사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악몽이나 환상적인 꿈도 마취 중 각성과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이외에 척추마취나 부위마취에서는 마취 중 각성이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즉, 전신마취에서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하면 환자는 주위의 소리를 듣거나, 수술의 고통, 숨쉴 수 없는 압박 등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각성 기억은 환자 스스로 의식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확실한 기억의 형태일 수도 있고, 세밀한 심리검사에 의해서만 생각해 낼 수 있는 암시적인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에게 각성의 경험이 장기간의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환자들에서는 특히, 수술 중 각성이 통증이나 마비된 느낌 등 과 동반된 경우는 수술 후 불안, 죽음에 대한 공포, 병원과 의사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나타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왜 어떤 사람에서는 나타나고 다른 사람에서는 나타나지 않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원인

 

아직까지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크게 세 가지 범주의 원인이 의심될 수 있습니다. 첫째, 개인별 약물 감수성의 차이입니다. 마취 약물에 내성이 있는 경우에는 전신 마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용량에도 충분한 마취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또한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체내에서 마취제를 대사하는 능력이 다르므로 마취 상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취제 요구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심한 혈량저하증에 놓인 환자는 충분한 양의 마취제를 사용했을 경우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마취제를 적게 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각성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베타차단제를 사용하거나 심장박동조율기가 있을 때 얕은 마취 심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심박수나 혈압과 같은 활력징후의 변화가 은폐되어 마취의가 마취 중 각성을 인지하지 못 할 수 있습니다.

 

마취 중 각성의 위험인자에는 젊은 나이, 약한 심장 기능, 약물 남용, 몇 가지 특정 수술이 있습니다. 젊은 나이, 비만, 장기간의 약물 남용(중추신경 흥분제, 알코올) 등은 전신 마취에 필요한 마취제 용량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심한 외상 환자의 수술, 제왕절개술, 심장 수술을 위한 마취에서 각성 상태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납니다. 제왕절개술의 경우 태아의 자발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태아가 분만될 때까지 충분한 양의 전신 마취제를 사용할 수 없고, 외상 환자나 심장 수술에서도 환자의 혈역학적 안정을 위해 마취제를 비교적 적게 사용합니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마취제를 적게 사용하는 경우 결과적으로 마취의 심도가 얕아지게 되어 마취 중 각성의 빈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는 태아나 환자의 생명을 더 중요시 하기 때문이며, 태아 분만 이후나 혈역학적 안정이 회복된 이후 마취제의 용량을 조절하므로 각성이 되는 기간이나 정도는 수술 이후 환자가 납득할 만한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수술실의 소리를 듣는 등의 고통을 당하고 도움을 청하려 하지만, 목소리를 낼 수 없고, 팔과 다리도 전혀 움직이지 못합니다. 여기에서 그토록 또렷한 의식은 실제로는 가능성이 매우 적지만, 근육 이완제라는 약물이 있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불가능한 설정은 아닙니다. 근이완제는 기관 내 삽관과 기계 환기를 용이하게 하고, 수술의 편의를 위하여 골격근을 마비시킬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약물을 사용하면 환자는 움직일 수 없게 되고, 통증을 느끼더라도 움직임을 통해 반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근이완제 사용이 의식과 통증의 소실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므로 얕은 마취로 인해 환자가 의식이 있거나 통증을 느끼게 되더라도 이를 표현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율신경계 반응은 유지되고, 이로 인해 혈압과 심박수가 상승하고, 발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눈물을 흘리거나 동공이 확대되는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마취과 의사가 환자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근이완제 사용으로 인한 마취 중 각성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진단 및 예방

 

마취 중 각성이 발생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각성을 평가하기 위한 환자와의 인터뷰는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니며, 환자가 수술 전, 중, 후 시기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고, 수술 전후 동안 정상적으로 의식이 있는 상태를 전신 마취 동안 깨어 있었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마취 중 각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신중하고 유도적인 질문을 해야 합니다.

 

수술 중 각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임상적 증후는 움직임과 자율신경계의 반응입니다. 그러나 전신 마취와 같이 근이완제를 사용하여 마취하는 경우에는 마취 중에 운동 반응이 소실되므로 오직 자율신경계의 활동성만을 보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수술 중 각성이 발생하여 환자가 통증을 느끼게 되면 교감 신경이 흥분하면서 환자의 맥박수와 혈압이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를 통하여 수술 중 각성 여부를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 마취의 진통 요소와 최면 요소는 다르므로, 맥박수와 혈압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해서 수술 중 각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수술 중 각성을 예방하고 적절한 최면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임상 증후보다 신뢰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필요합니다.

 

마취 중 각성을 방지하기 위해 의식의 심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감시 기구가 개발되어 왔는데, BIS, Entropy, Narcotrend, Patient State Index, Cerebral State Monitor 등의 여러 가지 뇌파 감시 장치가 있으며 이중 대표적인 것이 BIS(Bispectral index)입니다. BIS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the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승인한 최면 감시 기구로서, 최면, 진정, 각성의 수준을 1부터 100까지의 숫자 출력 정보로 나타낼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하여 BIS가 마취 중 각성의 빈도를 낮출 수 있다(10만명 중 3명)고 보고되었으나, 이에 부정적인 연구 결과들도 있으므로 현재까지 각성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객관적 감시 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BIS가 고가 장비라는 이유이외에도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BIS의 사용에 급여를 인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모든 환자가 BIS를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치료

마취 중 각성은 마취의가 주의 깊게 환자 감시를 시행하고, 약물의 내용물과 용량을 수시로 점검하며, 근이완제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등 마취의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 빈도가 현저하게 감소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심장 수술에서와 같이 필요에 의해 마취제를 적게 사용하는 경우라도 충분한 양의 진통제를 사용하여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와 같은 극심한 고통은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마취의가 세심하게 환자의 곁을 지킨다면 마취 중 각성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 마취에서는 매우 드문 확률이지만 불가피하게 각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은 일부의 환자에게는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각성이 발생했음이 보고되면 빠른 시일 내에 환자와 마취의 사이에 만족할 만한 상호 대화가 필요합니다. 마취 중 각성이 발생했다면 의사는 환자가 경험한 사실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음을 알리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는 것이 환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임상 징후로 각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취의의 실수 없이도 수술 중 각성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신 마취 중 무의미한 대화 내용보다는 환자의 체형, 수술 시야에 대한 내용 등 환자에 대한 비평이나 질환에 관련된 이야기가 더 쉽게 기억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취 중 환자가 기억하는 내용은 환자의 장기 기억에 저장되어 환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수술 전, 중, 후에 환자를 대할 때는 신중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취 중 각성이 통증이나 완전한 기억 등이 동반된 형태로 발생한다면 환자는 여러 가지 고통을 받게 됩니다. 일부 환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악몽, 야경증, 불면증 등을 호소하게 되고, 심하면 자살을 시도할 위험도 있습니다. 비록 허구이기는 하지만, 리턴이라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마취 중 각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아 성인이 되어 살인을 저지르는 극단적인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마취 중 각성은 매우 드문 현상입니다. 제왕절개술, 심한 외상 환자나 심장 기능이 매우 약한 환자의 수술에서 각성이 발생한다고 해도 영화와 같이 완전하고 뚜렷한 기억이 아니라 흐릿한 잠깐의 기억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BIS와 같은 객관적인 감시 장치의 도움으로 의도하지 않은 마취 중 각성의 가능성을 최소한도로 낮출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환자의 곁을 마취의가 지키며 환자의 반응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한 더 이상 마취 중 각성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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