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조류인플루엔자
- 등록일
- 2008.05.29
- 조회수
- 5415
- 카테고리
- 광명성애병원
광명성애병원 감염내과 김 명 수
2008년 4월초부터 전북 지역에서 들려오는 뉴스 하나가 어김없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한다. “조류인플루엔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그리 낯설지는 않은 것 같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인데 닭이나 오리와 직접 관련된 사람은 노심초사 제발 이번만큼은 조용히 무사히 넘어가길 바랄 일이고, 직접 관련이 없는 이들은 닭이나 오리 먹지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매일 뉴스를 통해 여러 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급기야는 서울 같은 대도시 지역까지 발생했다고 하니 대체 이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 19개 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고 2004년 9월 24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 더 없다는 종식선언을 한지 겨우 2년이 지난 후 2006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7개 농장에서 다시 불청객이 찾아왔고 현재 2008년 4월부터 8개시.도 35개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만 발생이 없었을 뿐이지 중국과 동남아를 비롯하여 러시아, 터어키, 일부 유럽에서는 현재까지 계속 문제가 되고 있고 심지어 인체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여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여기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공하는 조류인플루엔자에 관한 정보를 중심으로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조류인플루엔자(속칭 ""조류독감"")는 보통 주로 조류에 감염되며 드물게는 돼지에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동물전염병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극히 종 특이적이지만, 드물게 종의 경계를 넘어서 인체에 감염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가금류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은 병독성의 정도에 따라 주로 두 가지 형태의 질병을 유발한다. 이른바 ""저병원성"" 인플루엔자는 대개 경미한 증세(거친 깃털, 산란감소)를 유발하며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고병원성 인플루엔자의 특성은 훨씬 극적이다. 가금류에 급속히 확산되고, 다양한 내부기관에 영향을 미치며, 48시간 내에 100%의 사망률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우리나라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가축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 3가지로 분류하는데, 이중 인플루엔자 A와 B 바이러스가 인체감염의 우려가 있다. 오직 A형만이 대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질병을 유발하는가?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는 16 종류의 H 아형과 9 종류의 N 아형이 있다. 이 가운데 오직 H5와 H7 아형만이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H5, H7아형 바이러스가 모두 고병원성, 즉 가금류에서 심각한 질병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알려진 바, H5와 H7 바이러스는 저병원성 형태로 가금류에 유입된다. 바이러스가 가금류 사이에서 유행을 하게 되면 보통 몇 개월 만에 고병원성 형태로 변이가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가금류에 H5 또는 H7 바이러스의 존재 사실은 비록 감염의 초기징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항상 우려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뉴스가 나오면 꼬리표처럼 따라 나오는 것이 철새 이야기이다. 철새가 대체 어떤 역할을 할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확산에서 철새의 역할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야생 물새는 모든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자연 병원소로 생각된다. 야생 물새는 아마도 수 세기 동안 뚜렷한 위해성 없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옮겼을 것이다. 야생 물새는 H5와 H7형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로 저병원성 바이러스이다. 정황으로 볼 때, 철새는 저병원성 H5, H7 바이러스를 가금류에 옮길 수 있으며, 이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이후 고병원성 형태로 변이한다. 과거 철새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분리된 경우는 매우 드물게 있었으며, 주로 가금류 유행 발생지역의 비행구역 내에서 발견된 죽은 철새 몇몇 마리에 불과했다. 이러한 발견은 야생 물새가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계속 전파하는 원인체가 아님을 오랫동안 시사해왔다. 그러나, 최근 2005년 여름에 몽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고병원성 H5N1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폐사한 철새가 발견된 사건으로 볼 때, 어떤 철새는 이제 고병원성 H5N1바이러스를 직접 전파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연히 새로운 지역으로의 확산이 예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발생 현황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인체감염 사례가 없지만 2003년 12월 중순부터 2008년 4월까지 조류 인플루엔자는 아제르바이잔, 중국, 지부티, 이집트, 인도네시아, 이라크, 태국, 터어키, 베트남 등 14개국에서 382명의 감염자가 발생하여 그 가운데 241명(63.1%)의 사망자를 나타내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가금류에서 H5N1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면, 인체건강에 두 가지 위험을 내포한다.
첫번째 위험은 바이러스가 가금류에서 인체로 직접감염이 발생하여 매우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는 것이다. 종의 경계를 넘어 인체감염을 유발한 몇몇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에, H5N1형이 최대의 중증환자와 사망자를 초래하였다. 대다수의 사람에서 경미한 호흡기증세를 유발하는 보통의 계절성 인플루엔자 감염과는 달리, H5N1형 인플루엔자는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임상경과를 거치며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며 높은 치명률을 초래한다. 일차성 바이러스성 폐렴과 다기관 부전증이 가장 흔하다. 현재 유행에서, 감염자 절반 이상이 사망하였다. 대부분의 환자는 이전에 건강했던 아동과 청소년 이었다. 두번째는 더욱 심각한 우려사항으로,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서, 인체감염이 쉽게 일어나고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바이러스가 변이될 위험이다. 그러한 변이는 범세계적인 대유행의 시작을 나타낼 것이다.
인체감염 발생 경로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 또는 그 배설물로 오염된 표면이나 물체와의 직접적인 접촉이 인체감염의 주요경로인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까지, 대부분의 인체감염사례는 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때때로 집안에 들어오거나, 아이들과 실외놀이공간을 공유하는 소규모 가금류를 사육하는 가정이 많은 농촌 또는 교외지역에서 발생하였다. 감염조류가 배설물에 많은 양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면서, 감염분비물 또는 바이러스로 오염된 환경에 노출될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소득과 식량을 가금류 사육에 의존하기 때문에, 많은 가정은 가금류에서 질병의 징후가 발현될 때 조류를 팔거나, 도살하거나 소비하며, 이러한 관행은 변하기 어렵다. 도살, 깃털제거, 내장제거 등 가금류를 요리하려고 준비할 때 바이러스 노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제대로 조리한 가금류 또는 알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 참고로, 철새 도래시기에 맞추어서 내려진 조류 인플루엔자 예보는 닭과 오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철새 때문에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없다. 닭고기, 오리고기와 계란, 오리 알은 안심하고 요리해서 먹어도 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서 인체로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아니다”. 최근 유행에서 100건 이상의 인체감염사례가 발생했으나, 이는 감염조류의 엄청난 수와 이와 관련하여 인체에 노출될 수 있는 수많은 기회에 비교하면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특히, 가정에서 소규모로 가금류를 사육하는 것이 흔한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로서는, 유사한 폭로를 경험하고 왜 어떤 사람은 감염되는 반면 또 어떤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이다.
현재 대유행 인플루엔자에 대한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가?
대유행 인플루엔자가 발생할 위험은 심각하다. 이제 아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H5N1형 바이러스가 유입되어서, 더욱 많은 인체감염사례가 발생할 위험은 계속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인체감염사례가 발생할 때 마다 바이러스의 인체전파력 향상의 기회는 더욱 많아지게 되고, 결국 대유행 바이러스주로 발전할 것이다. 최근 새로운 지역에서 가금류 및 야생조류에 바이러스가 확산하여, 인체감염사례가 발발할 가능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다음 대유행의 시작 시기나 심각한 정도를 예측할 수 없으나, 대유행 발생 가능성은 증가하였다.
백신 개발 및 생산 현황은?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다. 계절성 인플루엔자를 위한 백신이 매년 생산되고 있으나, 대유행 인플루엔자를 예방하지 못한다. 비록 몇몇 국가에서 H5N1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만, 상업목적으로 제조할 준비는 갖추지 못했으며, 대유행 발발 이후 수개월 동안 널리 배포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현재 세계적 생산능력은 대유행시 예상되는 수요에 훨씬 못 미친다.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해 이용 가능한 치료제는 없는가?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와 자나미비어(상품명:리렌자) 등 뉴라민산분해효소 억제제 계열의 2 가지 약품이 계절성 인플루엔자의 경중도와 지속기간을 감소시킬 수 있다. 뉴라민산분해효소 억제제의 효능은 증상발현 48시간 내에 투입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H5N1형 인체감염 환자에게 조기투약을 하면, 생존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임상적 자료가 제한적이다. H5N1형 바이러스는 뉴라민산분해효소 억제제에 감수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H5N1감염자에서 발견된 가장 치명적인 폐렴은 바이러스가 초래했으며,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의 이차적인 세균성 감염으로 인플루엔자 합병증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후기 폐렴(late-onset pneumonia)의 경우 항생제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WHO는 각국이 사전에 항생제를 충분히 비축하는 것이 신중한 방안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적절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고, 대유행을 방지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비록 거의 2년 동안 사전에 경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유행에 대비한 준비태세는 열악하다. WHO는 모든 국가가 대책을 개발하도록 촉구했으나, 약 40개국만이 대책을 수립하였다. WHO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에게 대유행 발발 초기에 국내에서 사용할 항바이러스제제를 비축하도록 촉구하였다. 약 30개국이 대량으로 항바이러스제제를 구매하고 있으나, 생산업체가 주문량을 즉시 충족할 생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현재 경향으로 봤을 때, 인플루엔자 대유행시, 개발도상국 대다수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제에 대한 접근도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유행을 방지할 수 있을지 확실한 것은 아무도 모른다. 대유행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조류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점점 더 의문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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