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광명성애병원이 알려드리는 의학상식입니다.
광명성애병원은 고객님을 위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의료정보를 제공합니다.
- 제목
- 신경외과 의사의 쓸데없는 고찰
- 등록일
- 2018.09.11
- 조회수
- 3448
- 카테고리
- 신경외과
신경외과 의사의 쓸데없는 고찰
광명성애병원 신경외과 과장 김현주
ESRD(End stage renal disease) 환자에서 mortality 를 결정하는 요소 중에 많이 거론 되는 것이 MIA syndrome 이다. MIA syndrome 이란 Malnutrition-inflammation-atherosclerosis 의 줄임 말로서 ESRD 환자에서 흔히 발견 되는 환자의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필자의 학생 때 지도교수님은 신장내과 교수님이셨는데 이 세가지를 강조하시면서 신장내과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병의 원인은 이 세가지라고 항상 강조하셨다. 그 때는 학생이었고 임상경험이 미천할 때여서 별 관심이 없었는데 그냥 말이 멋있어서 기억하고 있었다가 이후 환자를 보고 경험이 늘면서 모든 병을 위 세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나름대로 공부도 해보고 타인과 토론도 해 보면서 나름대로 생각하여 본 것이 있다. 그 생각을 소개하여 보려고 한다.
사람이 병원을 오게 되는 모든 원인은 다섯 가지라고 정의했다. 1. Vital element imbalance(필수요소 불균형) 2. Inflammation(염증) 3. Atherosclerosis, Ischemia(죽상동맥경화, 허혈) 4. Cancer (악성신생물) 5. Anatomical change(외상, 퇴행성 변화)의 다섯 가지다. 이 다섯 가지가 서로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또한 결과가 되기도 하고 교집합을 이루기도 하면서 또한 완전히 서로 별개의 형태로 사람을 아프게(illness)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오면 문진이나 검사를 통하여 위의 다섯 가지를 확인하여 보는 것이다. 몸의 필수요소이지만 결핍 내지 과잉 시 질병을 초래하는 비타민 및 무기질, 전해질, 염증과 죽상동맥경화, 허혈로 설명할 수 있는 뇌졸증 및 심혈관질환, 각종 악성신생물 등이 그 일례이다. 물론 위의 원인들이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 여러 가지 내외과적 질환들 또한 존재하며 짧은 식견으로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일단 내과적인 영역은 차치하고 필자의 치료분야인 외과적인 영역에서 질병과 위의 원인들과의 관계 접근방법에 관하여 예를 들어 보겠다. 필자가 외래에서 자주 보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 및 방사통의 경우 퇴행성 추간판 탈출 및 척추협착에 의한 물리적 신경압박(anatomical change)이 단순하게 원인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경우에서 통증 자체의 main pathophysiology(주 병태생리)가 아닌 경우가 많다. 물리적 압박과 완전 별개로 생각할 수는 없겠으나 통증의 주 병태생리는 염증성 cytokine(신호전달 단백질 인자)에 의한 신경주변 염증(inflammation)과 그로 인한 신경부종 그리고 신경말초의 허혈(ischemia)이다. 물리적 압박에 의한 원인이 다라면 수술로 인한 압박의 제거 외에는 다른 치료 방법은 없을 것이나 수술적 치료까지 요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따라서 진단은 MRI나 CT를 통한 퇴행성 변화(anatomical change)를 확인 할 뿐 아니라 진단적 신경차단술에 대한 반응, 약물치료에 대한 호전여부 등을 고려하여 복합적으로 내리게 되며 치료는 염증을 조절 하기 위한 약물치료 및 신경주사치료, 말초 허혈 개선을 위한 약물치료, 근본적 원인인 퇴행성변화(anatomical change)의 가속화를 억제하기 위한 생활습관의 개선 및 물리치료가 주 치료가 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퇴행성 변화(anatomical change)에 의한 염증(inflammation) 및 허혈(ischemia)이 통증의 주 원인이고 그 원인에 대한 개선이 치료가 되는 것이다.
경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으로 오인하기 쉬운 섬유근육통(fibromyalgia) 이라는 병이 있다. 후경부 통증, 어깨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며 통증이 간헐적으로 팔까지 내려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정말 오인하기 쉽다. 전형적인 특징이라면 통증이 있는 부분의 특정 부위에 많은 경우에 심하게 아파하는 압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이 병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신경전달물질 및 특정호르몬의 반응 변화 및 특이 통증호르몬의 증가 등으로 인한 통증의 threshold(최저점) 감소에 의한 통증 지각 이상이 원인으로 생각 되는 병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과 비슷하여 오인하기 쉽지만 병의 기전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진단 자체에는 CT나 MRI 가 큰 의미가 없고 일반적 진통제인 NSAIDs 나 항염증을 위한 steroid 주사치료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통증의 threshold를 높이기 위한 TCA, SSRI 등의 항우울제나 호르몬 불균형 개선을 위한 gabapentin, pregabalin 등의 항전간제 등이 그 치료에 쓰인다. 정리하면 Vital element(호르몬, 신경전달물질) imbalance가 주 병태생리이기 때문에 염증(inflammation)과 허혈(ischemia)이 주 병태생리인 퇴행성 변화처럼 치료하면 큰 효과가 없게 되는 것이다.
Lateral epicondylitis(외측상과염) 이라는 병이 있다. 흔히 테니스 엘보(tennis elbow)라 말하는 병이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이 병은 반복적 관절의 사용 및 직접 손상(trauma)에 의하여 염증(inflammation)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따라서 휴식을 통하여 외상을 피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 및 혹은 항염증제인 steroid의 직접 주사가 그 치료의 주를 이뤘고 또한 효과도 좋았다. 하지만 재발을 잘하고 만성으로 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아 개선을 위한 여러 연구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온전히 염증에 의한 병태생리라고 보는 경향보다는 그 병의 경과에 따라 염증, 혈관 성장인자의 결핍, 퇴행성 조직 손상 등의 복합작용을 그 주 병태생리로 하는 다시 말해 epicondylitis(상과염) 보다는 epicondylosis(상과증)로 보자는 의사들도 많아졌다. 병에 대한 인식 및 접근이 단순 염증(inflammation)에서 성장인자 결핍(Vital element imbalance), 퇴행성 손상(anatomical change)까지 다 아우르게 바뀌어 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치료도 항염증에 국한되어 치료 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억지 주장일 수도 있는 본인 생각을 질병과 관련하여 설명한 이유는 질병은 수도 없이 많고 그에 대한 접근은 의사나 환자에 따라 다 다를 수 있으나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그 목적이 똑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의사는 치료하고 환자는 치료 받아서 안 아프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에 이 글이 비판의 대상이 되든 도움의 대상이 되든, 의사에게든 환자에게든 조금이나마 그 목적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 이전글
- 섬유근통
